사실과 맥락
제헌헌법, 48일 만에 만들어진 103개 조문의 진실
1948년 제헌헌법은 48일의 짧은 기간에 제정됐다. 잘 알려지지 않은 조항과 이후 개정으로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졌는지를 사실과 맥락으로 짚는다.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가 개원한 뒤 헌법이 공포된 7월 17일까지는 불과 48일이었다. 헌법기초위원 30명과 전문위원 10명이 유진오의 초안과 권승렬의 참고안을 바탕으로 작업했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7월 12일이다. 속도 자체가 논란이었던 것은 아니나, 이 짧은 기간에 통치구조를 둘러싼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일어났다. 헌법기초위원회는 6월 20일까지도 의원내각제를 골격으로 한 초안을 고수하고 있었으나, 최종 공포된 헌법은 대통령중심제·단원제·국무총리제를 채택했다. 전문 10장 103개 조문으로 구성된 제헌헌법은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를 명시했다. 이 두 문장은 1987년 현행 헌법에도 그대로 살아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조항들도 있다. 제18조 제2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했다. '이익균점권'이라 불리는 이 조항은 당시 세계 헌법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노동권 규정이었다. 경제 장(제6장) 제84조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사회 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발전" 범위 안에서만 보장된다고 명시해, 순수 자유시장이 아닌 사회적 조정을 처음부터 전제했다. 그러나 이익균점권은 실행에 필요한 법률이 끝내 제정되지 않았고, 1962년 5차 개헌 때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헌법에서 삭제됐다.
1948년 이후 헌법은 아홉 차례 개정됐다. 학계와 사법부의 통상적 평가에 따르면 이 중 1952년 1차(발췌 개헌), 1954년 2차(사사오입 개헌), 1972년 7차(유신헌법), 1980년 8차 개헌은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흠결이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반면 1960년 4·19 이후의 3차 개헌과 1987년 9차 개헌은 합법적 절차를 밟은 것으로 평가된다. 제헌헌법에 있던 조항 중 현재까지 명문 원칙으로 살아남은 것은 민주공화국 선언, 국민주권, 기본적 자유권, 위헌심사제도 등이다. 이익균점권처럼 한때 명문화됐다가 삭제된 조항들은 제헌의 '정신'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를 둘러싼 해석 논쟁으로 남아 있다.
제헌헌법을 오늘의 기준으로 평가할 때 주의해야 할 지점이 있다. 현재 눈에 '진보적'으로 보이는 이익균점권 같은 조항이 1948년 맥락에서 무엇을 의미했는지,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의 전환이 어떤 힘의 역학 속에서 이뤄졌는지는 역사적 맥락을 필요로 한다. '제헌의 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현재도 헌법학자들 사이에 해석이 갈린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의 층위이고, 그 사실들이 오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시민의 판단 몫으로 열려 있다.
출처 · 5
근거 충실도80/100
감정 온도3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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